KCTC에서 제공하는 정보 및 문의 게시판 입니다.
선별·정밀검사로 “병든 피 찾아라” | |||
---|---|---|---|
첨부파일 | 조회수:2167 | 2004-04-07 | |
2004-04-06/한겨레 수혈 혈액검사 어떻게 이뤄지나 최근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안전관리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수혈로 자신이 에이즈나 간염에 걸리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이 많다. 또 많은 국민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혈액 검사에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 혈액 에이즈 바이러스 검사의 정확도는 80%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사실인 것처럼 인용돼 널리 퍼지고 있어 국민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혈액 검사에 얽힌 진실 또는 거짓과 과학기술 그리고 그 한계를 살펴본다. 피는 생명이다. 핏속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핏속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과 같은 고형성분과 혈액응고인자, 알부민, 글로불린, 면역글로불린과 같은 액상성분이 혈장에 녹아 있다. 핏속에는 또 몸 밖에서 들어온 바이러스, 세균 그리고 이들 외부물질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몸의 면역계에서 만들어낸 각종 항체들이 있다. 각종 분석기술과 분석기기는 핏속이나 침, 오줌, 똥 따위에 들어 있을 수 있는 각종 세균·바이러스·원생동물과 이들 항원에 대응하는 항체 유무를 정확하게 가려내는 데 일등공신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현대 첨단 생명공학은 핏속 따위에 병원성 미생물이 극미량으로 들어 있더라도 이들의 유전자를 수십만배 또는 수천만배 증폭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혈로 인한 각종 전염병 전파를 막아주고 있다. 이런 기술이 개발되기 전에는 수혈로 에이즈나 간염, 매독, 말라리아 따위의 수많은 전염병이 전파되는 것에 대해 전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1985년 에이즈 바이러스 진단시약이 개발되기 전까지 에이즈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은 이를 가려낼 수 있는 기술이 없어 피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그대로 수혈됐다. 에이즈뿐만 아니라 비(B)형·시(C)형 간염도 마찬가지였다. 수혈은 특정 병원체 진단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매우 위험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생명 구하기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제 수혈은 그리 위험하지 않은 생명 살리기 행위가 됐다. 혈액 등에 있는 병원성 미생물을 찾아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혈액검사법은 여러 선진국과 우리나라 병의원과 적십자사 등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20년 전 수혈은 ‘위험한 도박’ 효소면역검사법(ELISA 또는 EIA, Enzyme Linked Immunosorbent Assay)=엘리자법은 항원과 항체가 서로 결합하는 성질을 이용해 검출하고자 하는 항원 또는 항체를 검출해 내는 방법이다. 항원-항체 관계는 서로 꼭 들어맞아야만 열리는 자물통과 열쇠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이 검사법은 쉽게 다룰 수 있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며 다량 분석이 가능해 현재 혈액 등 각종 검삿감 속에 들어 있는 병원성 바이러스·세균과 그 항체를 검출해내는 데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항원-항체 분석법이다. 하지만 이 검사법은 가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짜 양성)가 있으며 몸속에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기 전인 항체미형성기간에는 가짜 음성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엘리자 검사는 에이즈 검사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이 방법은 진범을 가려내는 수단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용의자를 가려내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용의자 가운데 진범은 웨스턴 블롯이라는 더 정교한 방법으로 밝혀낸다. 핵산 수십·수백만배로 증폭 핵산증폭검사법(NAT, Nucleic acid Amplification Testing)=에이즈 바이러스나 비형·시형 간염바이러스의 유전물질, 곧 리보핵산(RNA)이나 디옥시리보핵산(DNA)을 직접 검사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극미량의 핵산이 핏속에 들어 있더라도 이를 수십만배나 수백만배로 증폭시킬 수 있어 기존 혈액 선별검사 방법인 효소면역측정법으로 확인할 수 없는 극미량의 바이러스를 검출해낼 수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핵산증폭법은 중합효소연쇄반응법(PCR, Polymerase Chain Reaction)이며 이밖에 리가제연쇄반응법(LCR, Ligase Chain Reaction)을 비롯한 몇몇 방법이 최근 개발돼 있다. 이 방법은 핏속에 들어 있는 바이러스의 핵산 자체를 조기에 확인할 수 있어 수혈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검사법이 엘리자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이 방법을 도입해도 수혈감염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검사법은 에이즈의 경우 항체를 식별해낼 수 없는 기간을 감염 뒤 21일에서 11일로 줄일 수 있을 뿐이다. 이 검사법을 도입하면 비형간염의 경우 항체미형성기간을 59일에서 34일로 25일간, 시형간염의 경우 항체미형성기간을 82일에서 23일로 59일을 각각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는 7월부터 에이즈 바이러스와 시형간염바이러스 검사에 기존 효소면역법과 함께 이 최신 방법을 병행할 계획이다. 웨스턴 블롯(Western blot)=미국의 서던(Southern)이라는 과학자는 전기영동법이란 분석을 통해 크기별로 분리된 디엔에이 가운데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를 서던 블롯이라고 불렀다. 그 뒤 디엔에이를 이용해 아르엔에이를 찾아내는 방법을 다른 과학자가 개발해냈는데 이 방법에 서던 블롯에 대칭되는 노던 불롯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항원과 항체를 이용하면 단백질 혼합물 가운데에서 원하는 단백질을 찾아낼 수 있는데 이 분석법에는 웨스턴 블롯이란 이름이 붙었다.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다고 해서 면역 블롯으로 부르기도 한다. 엘리자 검사가 숙련된 에이즈 바이러스 감별사라면 웨스턴 블롯은 고도로 숙련된 에이즈 바이러스 감별사인 셈이다. 웨스턴 블롯 검사는 현재 국내에서 엘리자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헌혈자에 대해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유무를 최종 진단하는 방법으로 쓰인다. 현대 과학기술의 한계=과학기술은 만능이 아니다. 첨단 분석기술도 핏속에 있는 모든 것을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다. 1999년부터 여러 선진국들이 핵산증폭법을 도입해 수혈 에이즈·간염 감염을 상당 부분 예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검사를 도입한 일본에서 지난 1월 이 첨단 검사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수혈로 인한 에이즈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에서도 이 방법을 도입한 뒤 몇차례 수혈 에이즈 감염이 보고됐다. 이 방법은 에이즈 감염인이 항체미형성 기간에 헌혈한 피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오염됐는지를 알아내는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을 뿐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는 7월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핵산증폭법을 시형간염과 에이즈 바이러스 검사에 적용한다 하더라도 항체미형성 기간의 헌혈액에 들어 있는 바이러스를 100% 검출해낼 수는 없으므로 수혈로 인한 에이즈·간염 전파를 제로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적십자사 혈액 검사에 구멍’이나 ‘국내 분석기술로 수혈 감염 못막아 충격’ 등 신문기사 제목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수 혈로 에이즈에 걸린 위험성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 항체 미형성 기간 진단안돼 대한수혈학회 이사장으로 있는 한규섭 서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대한적십자사를 포함해 병의원 등 우리나라 혈액 검사기관의 분석 수준은 국민이 걱정하거나 충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고 선진국과 엇비슷하다”며 “앞으로 적십자혈액원의 혈액 검사에 대해 외부기관이 정기적으로 정도관리를 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안종주 보건복지전문기자 jjah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