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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Collection for Type Cul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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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얼음 밑 호수'가 보물창고
첨부파일 조회수:2128 2004-06-17
2004-06-16/중앙일보 세포 결빙 막는 극저온 미생물 ▶ 북극 다산기지 연구원들이 얼음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을 채취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이홍금 박사 제공] 1985년 미국의 캐리 멀리스 박사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한 온천에서 미생물을 발견했다. 멀리스 박사는 이 미생물이 섭씨 70도 정도의 온천수에서도 살수 있는 비결을 담고 있는 단백질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곧이어 이 단백질을 이용해 'PCR(중합효소 연쇄반응)'로 잘 알려진 DNA 증폭기법을 개발해 냈다. 극소량의 DNA만 있다면 이 미생물에서 나온 단백질을 이용해 수천배 이상으로 증폭시킬 수 있어 유전공학의 '업그레이드'를 가능케 했다. 과학 수사에서도 요긴하게 사용 중이다. 멀리스 박사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9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뜨거운 곳에서 사는 미생물이 있다면 극저온에서 살아가는 미생물 또한 존재한다.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극저온 미생물이 존재하는지 알수 없을 뿐이다. 이들을 찾기 위한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이 남극이다. 남극대륙은 평균 2160m의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다. 평균 기온은 영하 23도. 93~98년 러시아.프랑스.미국 과학자들은 굴착기를 이용해 남극 얼음에 구멍을 뚫어 얼음기둥을 끌어올렸다. 가장 깊은 곳은 3623m까지 뚫고 내려갔다. 이들은 3545~3611m 깊이의 얼음기둥을 일정한 길이로 잘라 미생물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다양한 형태의 박테리아뿐 아니라 효모나 곰팡이.미세조류 등이 확인됐다. 세포의 숫자는 물 1㎖에 200~950개 정도였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과학자들은 이 얼음기둥을 녹인 물을 다양한 배지에서 키운 결과 4종류의 박테리아를 실험실에서 확인했다. 최근 한국해양연구원 이홍금.이유경 박사 연구팀은 북극 다산기지 인근의 토양에서 박테리아 42종류를 배양해 냈다. 북극은 여름에만 잠깐 땅이 녹는데, 그때 온도가 냉장고와 비슷하며 1년의 반 이상을 냉동 상태로 지낸다. 이들 박테리아 가운데 냉장고나 냉동식품에서 발견되는 '슈도모나스'종류가 30종인 사실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도 북극 해양과 남극 얼음 등 다양한 극지 미생물 약 1000종류가 극지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이유경 박사는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있는 종류가 미생물의 1% 미만인 것을 고려해 볼 때, 실제 극지에는 훨씬 더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극저온 미생물의 천연 보고는 남극 얼음 밑에 존재하는 '빙상하(氷床下) 호수'다. 얼음에 의해 형성된 높은 압력과 지열 덕분에 물이 얼지 않고 호수가 된 것이다. 레이더 관측 결과 지금까지 약 70개가 남극 빙하 밑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러시아 남극 관측기지인 '보스토크' 밑의 호수는 3.8㎞ 두께의 얼음 밑에 위치하며, 호수 자체의 깊이가 500m 정도이며, 그 넓이가 경기도보다 큰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얼음 구멍을 파고들어가 물 표면까지 약 130m를 남겨두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미생물을 채취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호수가 오염될 수 있고 채취 때 강한 압력의 물이 솟구쳐 올라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또 다른 빙상하 호수를 향해 얼음을 뚫고 들어가 오염의 우려없이 물과 퇴적물을 채집할 '얼음 로봇(Cryobot)'을 개발 중이다. 과학자들이 극저온에 사는 미생물을 찾는 이유는 다양한 유용자원을 찾으려는 것이다.영하 10도의 시베리아 영구 동토 속에서 생화학적인 반응도 하고 매우 느리지만 세포분열도 하는 박테리아를 관찰하기도 했다. 저온에서 활성이 있는 효소를 갖고 있거나 영하에서도 세포 안에 얼음이 얼지않도록 하는 특수한 단백질(결빙 방지제)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남극 해양의 미생물에서 유래한 지방분해 효소는 극지방에서의 기름 유출사고에 사용 중이다. 이유경 박사는 "저온성 효소는 찬물에서 작용하는 세제효소로 이용될 수 있고, 결빙 방지제는 난자나 정자 또는 제대혈 세포 등을 냉동 보관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