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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도전 한국인 과학자들>-류성언
첨부파일 조회수:1460 2005-07-12
2005년 7월 11일(월) [연합뉴스] "우수한 학생.연구원 들이 국내 연구팀에서 연구를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성언(柳誠彦.44) 박사는 연합뉴스가 실시한 '노벨상에 도전하는 한국인 과학자들' 설문조사에서 참여 과학자 436명 가운데 16명으로부터 '생리의학상' 부문 후보로 추천받았다. 류 박사는 국내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지난 2001년 4월 생명과학 분야 최고의 저널로 꼽히는 '셀(Cell)'에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논문은 세포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활성산소가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바꾼다는 것. 그는 당시 대표적 산화.환원 스위치단백질인 '옥시-R(OxyR)'의 산화된 상태와 환원된 상태에서 삼차구조를 규명했으며 단백질 폴드(단백질이 생체 안에서 용수철 모양으로 말리거나 접혀서 고유의 입체구조를 형성하는 과정) 자체가 산화-환원 상태에 따라 스위치 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 한편의 논문은 활성산소에 의해 세포기능이 변화하는 기본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으로 활성산소의 기능을 이해하고 인위적으로 세포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그가 1990년 미국 콜롬비아대학에서 박사 학위 논문으로 쓴 에이즈바이러스 관련 연구논문은 '네이처'와 뉴욕타임스지에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또한 그해 5월에는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된 단백질을 수선하는 열충격단백질-33의 3차구조와 단백질 수선과정을 처음으로 규명, 네이처지의 자매지인 구조생물학지 표지에 논문이 실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연구성과로 그는 한국과학재단의 '이달의 과학자상', '올해의 생명공학상', 과학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자상' 등을 수상했다. 류 박사는 서울대 화학과에서 학.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대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94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부임했다. 다음은 류 박사와 일문일답.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노벨상에 도전하는 과학자로 선정된 소감은 ▲그동안 연구하면서 내가 노벨상을 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 내가 못하면 내 후배들이 탈 수 있도록 연구소 내에 조직적인 연구시스템을 갖추는 것으로 내 몫을 하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이 나를 대상자 중의 한 명으로 선정했다는 것을 듣고 한편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우리나라의 과학수준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 만큼 조만간 과학노벨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의과학 분야가 가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언제, 어떻게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나 ▲중학교 3학년 첫 생물시간에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칠판에 아메바와 짚신벌레를 그리시는데 그림이 너무 멋있어서 쳐다보면서 생물이라는 것에 매료됐다. 또 선생님의 모습도 학자적이었고 진지하셔서 더욱 인상깊었다. 그 후로는 쭉 생물과목이 재미있었고 생물분야의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막연한 꿈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 때는 수학에 흥미를 많이 느끼게 되었는데 영어책에 개구리 눈의 모습을 본떠서 레이더를 만들었다고 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을 읽고 생명현상을 이용한 응용과학을 하면 멋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학 시절에 느낀 점은 ▲콜롬비아대학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도교수가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내고 많은 경우 밤늦게 까지 연구를 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한국에서는 교수님이 학생 및 연구원들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같이 대화하고 한 공간에서 지내는 것을 보고 매우 인상적이었다. 요즘은 한국의 연구실 분위기도 많이 비슷해진 것 같다. -- 현재의 연구분야를 선택한 배경은 ▲대학원 석사과정 때부터 단백질생화학을 전공했다. 그 당시는 유전공학이 처음 한국에 소개되는 때라 새로운 단백질을 유전공학적으로 대량생산하는 일을 하면서 실험실에서 밤을 새기도 하고 처음 소개받은 여학생과 만나서도 실험에 필요한 재료를 사다가 실험실에 저녁 늦게 들어와서 실험을 해서 성공시킨 일도 있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에는 에이즈(AIDS) 바이러스의 세포침입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했다. 이 분야 일로 1990년에는 네이처 표지논문과 뉴욕타임스의 1면 기사로 소개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1994년에 귀국해서부터는 미국의 지도교수와는 다른 분야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몇 가지 가능성을 모색하던 중 그중 하나로 활성산소의 세포조절 메커니즘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우연히 활성산소가 세포 단백질을 변환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해 네이처 구조생물학지에 발표했다. --어린 시절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받았던 일이 있다면 ▲초등학교 때 소년중앙이라는 어린이잡지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매달 사다주셔서 열심히 읽었었다. 딱히 읽을 만한 것이 많지 않을 때여서 더 그랬겠지만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광고까지 포함해서 모두 읽었다. 그 중에 '21세기의 세계'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여기에는 21세기에 과학의 발전으로 어떤 기계들이 나오고 우리 생활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기사가 그림과 함께 소개되곤 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세기를 동경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한국의 과학이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환경적으로 어려운 요소들이 많다. 특히 연구인력에 관한 문제가 제일 크다.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박사학위나 박사 후 연구원을 선진국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10~20년 전에는 우리나라의 과학여건이 아주 낙후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세계수준의 연구를 하는 실험실들이 국내에 상당수 있는 상황에서 모두 외국으로 나가려고만 하면 국내의 연구는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창의적이고 파급효과가 큰 연구는 연구를 기획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교수(연구책임자)와 연구를 실제로 수행하는 학생(연구원)의 공동연구로 이뤄진다. 그런데 이 둘 중 어느 한 부분도 우수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연구가 진행될 수 없다. 따라서 우수한 학생.연구원 들이 국내의 연구팀에서 연구를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학의 교수, 연구소의 연구책임자 채용에서 국내 학생.연구원들에게 일정 부분 혜택을 주는 제도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우수 청소년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과학을 일생의 업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연구수준이 급격하게 향상되고 있는 만큼 15년 후쯤에는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자를 희망하는 어린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우선 과학이라는 것이 천재적인 몇 사람의 업적이나 반짝이는 한 순간의 아이디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의 종합으로서 발전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많은 획기적인 과학적 성취 뒤에는 무한한 인내와 여러 사람의 노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영재 교육이나 어려운 수학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어서 두뇌를 혹사하기 보다는 더욱 다양한 분야의 전인교육과 자연체험 학습을 통해서 두뇌의 잠재성을 성장시키고 좋은 인성을 갖추는데 더욱 노력했으면 좋겠다. --국내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국내과학계의 가장 큰 문제는 연구자 층이 얇다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지만 새로운 과학분야를 창출하고 세계적으로 선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다양한 분야의 많은 연구인력이 필요하다. 또한 연구책임자급의 인력 뿐만 아니라 박사과정 학생 및 박사 후 연구원 등의 고급연구원이 절대 필요하다. 미국의 선도적인 실험실에는 한 실험실에 박사 후 연구원이 20명이 있는 경우가 흔한데 국내에는 1~2명 정도가 고작이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 하고 있는 연구를 계속 진행시켜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출연연구소의 하나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대학의 연구와 차별화하기 위하여 집중연구센터를 조직했고 현재 그 중 하나인 단백질체시스템연구센터를 맡고 있다. 우리 센터에서는 세포의 기능스위치를 전체단백질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방대한 분석자료를 축적하고 있는데 이러한 분석을 통해서 지금까지 예측 못했던 새로운 세포기능의 발견과 뇌졸중, 암의 치료표적 단백질 및 조기진단 바이오마커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포스위치를 체계적으로 전체 단백질 수준에서 분석한 예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없으며 우리 센터의 연구가 성공하면 세포기능을 정확하게 설명하는데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세포스위치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기본 기술이 되는 단백질체 분석기술은 그간의 연구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