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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을 침묵시킬 대안은 백신 (도허티 노벨상 수상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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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2314 | 2005-10-14 | |
2005년 10월 14일 (금) [사이언스 타임즈] 지금 세계는 바이러스에 경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악의 경우 850만명이 조류독감에 걸려 입원하고 190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UNICEF ‘2005 세계어린이 실태’ 보고서는 남아프리카에서만 매년 110만명의 어린이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으로 부모를 잃고 있고 전했다. 조류독감 매개체로 알려진 겨울 철새가 날아오는 한국의 철새 도래지에는 비상이 걸렸다.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199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도허티 박사(Peter C. Doherty, 호주)는 ‘바이러스 전염병에 대비한 공격(The Challenge of Protecting Against Virus Infections)'이라는 제목으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고려대가 주관하고, 현대-기아차와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노벨상수상자 강연' 마지막 시리즈인 이번 강연에는 조류독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중간고사를 앞둔 시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과 교수들이 참관했다. 이날 강연에 앞서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이번 강연회가 자연과학을 위해 학교가 노력하고 있다는 증표가 되었으면 한다”며 강연회의 의의를 강조했다. 이어 콜린 헤젤타인 호주 대사는 도허티 박사의 업적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호주와 한국과의 파트너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를 바란다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전염병에서 인류를 구할 대안은 백신> 도허티 박사는 “자신이 일하는 호주 멜버른 대학에는 한국 학생이 많다”며 자신의 일상사를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날 강연의 핵심은 백신이었다. 그는 “백신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싸고, 가장 성공적인 의학적 성과”라며 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농촌과 도시의 과학이 발전하면서 전염병 또한 함께 증가했다. 14세기 중반 영국 인구 400만 중 15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black death)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그는 19세기 세균학이 발전하기 전까지 어두운 역사는 계속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50년 동안 우리는 전염병과 관련해 엄청난 진보를 이루었지만, 아직도 먼 길이 남아 있다”며 “전 세계 인구가 증가하는 속도도 엄청나지만,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인구가 죽어가는 속도는 더 엄청나다”고 말했다. 도허티 박사는 자료를 제시하며 “지구의 인구는 서기 1년 3억, 1800년 10억, 1900년 16억, 2000년 64억으로 지난 100년간 인구가 거의 4배 증가했지만, AIDS에 의한 사망자가 아무런 조치 없이 지금의 속도로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AIDS만으로 89억이 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DS 발생지로 알려진 우간다에서 AIDS를 막기 위한 ABC운동(Acknowledge human sexuality, Be realistic, Use a condom)에 대해서 그는 비판적이었다.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점차 토대 자체가 무너질 것이고, 가장 중요한 대책은 원인이 되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인간의 면역체계와 백신의 작용에 대해 설명했다. 면역체계는 과거에 몸 안에 들어온 균에 대해 우리 몸이 이를 기억하는 것이다. 백신은 약한 균을 우리 몸에 투입해, 균에 대한 ‘기억’을 인위적으로 남기게 된다. 백신을 복용한 후에 세균이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되면,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면역체계는 세균에 대해 강하게 반응하게 된다. 면역체계를 설명하며 그는 자신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살해 T세포(Killer T cell)가 자기세포와 비자기세포를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살해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공격하지만 감염세포가 자기세포가 아닌 경우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즉 T세포는 감염세포 안에 있는 바이러스 신호와 세포의 MHC(유전자 표식 항원인자) 항원이 내보내는 자기 신호의 2가지 신호를 모두 인식해야만 감염세포를 공격한다. 면역 세포가 자신의 세포와 이질적인 세포를 동시에 인식한다는 이 개념은 세포 면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확립하였고, 이로 인해 그는 노벨상을 수상하게 됐다. <이미 개발된 조류독감백신, 보급은 경제논리> 그리고 그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독감의 원인인 H5N1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류독감의 문제는 감염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조류에서 사람으로 전염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이 시작되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의학계가 대처하기도 전에 엄청난 속도로 바이러스가 퍼져나갈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리렌자(Relenza)와 타미플루(Tamiflu)라는 조류독감 백신은 이미 영국과 미국에서 개발되었다”고 언급하며, “그것을 보급하는 것은 경제적, 공공 정책상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어린 시절 도허티 박사의 외삼촌은 포로로 일본으로 수송되다가 미국 잠수함이 쏜 어뢰에 배가 격추되어 죽었다. 그리고 또 다른 외삼촌은 뉴기니아의 전투에서 희귀성 말라리아에 감염돼, 사지를 떨며 살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랐기에, 그는 1996년 노벨상 수상소감에서 “전쟁은 인류의 가장 큰 재앙이라는 알프래드 노벨의 신념에 나는 공감한다”며 “전염병은 인류의 두 번째 재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백신을 효과적으로 보급하는 것은 경제적 문제이지만, 두 번째 재앙인 전염병에 대처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과학자의 역할이고, 백신 개발은 인류를 살리는 분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