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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 돼지가 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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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1606 | 2004-05-19 | |
2004-05-19/한겨례신문 돼지가 생명공학 연구의 주요한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람한테 제공될 장기이식용 돼지의 개발에 이어, 치료 약물을 젖과 오줌으로 분비하는 돼지의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돼지 생명공학’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의 돼지 생명공학은 1990년대 말 이후 최근 몇 해 사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서울대·경상대·충남대 등 연구팀이 돼지 복제에 성공했으며, 충남대와 생명공학기업 엠젠바이오 등이 복제돼지를 재복제하기도 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면역거부 반응 유전자를 없앤 장기이식용 무균 복제돼지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엔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가 1998년에 이어 혈전증 치료물질(tPA)을 생산하는 돼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돼지 생명공학의 연구기관은 이 밖에 건국대·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을 포함해 10곳 안팎에 이른다. 이식용 장기와 생물신약 개발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인 ‘차세대 성장동력’에도 포함돼 돼지 연구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돼지가 ‘생명공학의 복덩이’로 연구자들의 눈에 드는 이유는 무얼까. 무엇보다 돼지는 수천년 동안 사람과 함께 살아온 가축이란 점을 축산연구소 장원경 박사(응용생명공학과장)는 꼽는다. 장 박사는 “가축이 된 지 오래된 동물일수록 사람한테 질병을 옮길 가능성은 줄어든다”며 “수천년 동안 돼지한테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질병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돼지는 태어난 지 반년 만에 새끼를 배어 한 해 20마리나 낳는 다산성을 지녔다. 동물복제 성공률이 현재 1%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돼지의 다산성은 연구자한테 큰 도움을 준다. 전염병 적고 다산성 갖춰 생명공학 연구대상에 딱! 장기이식용 무균돼지 생물신약등 개발 본격화 안전성 검증등 갈길 멀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동물의 유전자에 집어넣어 개발하는 약물 생산 동물은 그동안 사람의 락토페린 생산 유전자를 지닌 젖소 ‘보람이’(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백혈구 증식 유전자를 지닌 염소 ‘메디’(한국과학기술원), 빈혈 치료물질 생산 유전자를 갖춘 돼지 ‘새롬이’(축산연구소) 등이 개발돼왔다. 돼지는 특히 장기이식용 동물로 주목받고 있다. 박창식 충남대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 소장(동물자원학과 교수)은 “생리와 해부학적으로 돼지의 장기는 사람의 것과 비슷해 가장 적합한 대체장기로 꼽힌다”며 “문제는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때 생기는 ‘초급성 면역거부 반응’을 어떻게 줄이고 없애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초급성’은 이식 뒤 24시간 안에 일어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심각한 거부 반응이다. 박 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돼지 유전자에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집어넣거나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식을 쓰는데, 복제와 형질전환 기술의 발전 덕분에 문제는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α-Gal)를 제거해 만든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신장을 원숭이한테 이식해 30~81일의 생존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돼지가 사람에게 필요한 치료물질과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과연 유전자 조작으로 돼지와 사람의 면역거부 반응이 완전히 제거될지에 대한 회의는 과학계에서도 여전히 심각한 실정이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동물면역학)는 이종동물의 장기이식 자체를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우 교수는 “생물의 면역체제는 생물 개체의 생존 시스템 자체로서, 돼지의 면역거부 반응을 없앤다는 것은 곧 돼지라는 개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생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동·식물을 통해 생산되는 생물신약이 실제 약물로 인정받은 사례가 아직 없어, 이렇게 생산된 치료물질의 안전성 검증체제가 먼저 마련돼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원경 박사는 “최근 미국에서 소가 젖으로 분비한 단백질을 치료물질로 쓰기 위한 3단계 임상시험이 진행중이어서 조만간 생물신약이 허용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다음달 ‘돼지 게놈 프로젝트’가 국제 컨소시엄으로 출범할 예정”이라며 “돼지 장기가 면역거부의 벽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